무형문화유산의 인식제고와 미디어의 역할

레이몬드 윌리엄스(1987)에 따르면 문화는 장구한 역사와 언어의 다양성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정의하기가 가장 어려운 개념 중의 하나이다. 문화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를 정의한다면, 문화는 특정 단체가 그들의 행동을 만들어내고 세계에 대한 그들의 경험을 해석하는 데에 사용하는 학습된 공동의 지식이다. 유네스코가 유·무형문화유산 관련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는 덕분에 사람들은 조상 대대로 이어온 문화야말로 세대 간에 전승되어온 가장 소중한 것들 중의 하나임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아태지역은 풍부한 유산과 다양한 문화적 환경으로 인해 무형문화유산의 보고라고 불리어 왔다. 무형문화유산은 세대를 거쳐 전승되어온 문화재이며 인류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계속 재창조되고 발전하고 있다. 최근 아태지역의 괄목할만한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은 역내 무형문화유산의 가치를 제고하였다. 이제는 무형문화유산의 지속가능한 발전에서 미디어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이 되었다. ICHCAP은 지난 2016년 10월 10일에서 12일까지 사흘간 몽골의 울란바토르에서 열렸던 2016 동북아시아 무형문화유산보호 소지역 회의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였다.

회의 기간 동안, 방송분야, 정부기관 그리고 비영리기구의 대표자들은 2003 협약과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데 미디어가 하는 역할에 대해 견해를 공유하였다. 학계 대표로서 나는 무형문화유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함에 있어서 방송매체를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하였다.

나는 공통의 경험과 공동체뿐만 아니라 무형문화와 정체성 사이의 관계를 강조하였다. 이러한 관계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이티시(aitysh)이다. 이 종목은 2015년 인류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다. 아이티시는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이 공동등재한 문화유산 종목으로 즉흥시를 암송하거나 전통악기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며 서로 실력을 겨루는 경연이다. 연행자는 음악적 기술, 리듬, 독창성, 임기응변, 지혜 그리고 재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아이티시에서 가장 의미 있고 재치 있는 표현은 종종 격언이 되기도 한다. 오늘날 아이티시는 키르기스와 카자흐의 다민족 사회에서 매우 인기 있는 문화요소이며 연행 공동체의 중요한 정체성의 일부분을 구성한다. 흥미로운 것은 연로한 연행자들이 젊은 세대에게 가르쳐주고 전승한 지식과 기예가 라디오와 텔레비전에 방송되곤 하는데 청중들은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서로 경험을 배우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미디어를 통해 가상의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는데, 이 가상의 공동체는 국가로 확장될 수도 있다. 이러한 개념은 베네딕트 앤더슨의 견해와 관련이 있다. 그는 “아무리 작은 국가의 구성원일지라도 그 구성원 모두를 알 수도, 만날 수도, 더욱이 그들의 말을 들을 수도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그들 공동체에 대한 이미지가 살아있기 때문에” 국가는 상상 속에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1983). 국가를 현실적 실체로 상상하거나 그 적법성을 재생산하는 과정은 대부분 최신의 통신수단과 체계를 용함으로써 가능해졌다. 현대사회에서 방송은 문화와 사람을 연결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사실상, 대중매체는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우리는 시공간의 차이를느끼지 못한다. 맥루한(McLuha)이 말한 지구촌이라는 말처럼(1962) 모든 곳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다양한 통로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와 무형의 콘텐츠가 우리의 문화적 경험을 지배한다. 20세기 중반 텔레비전은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었으며 모든 것을 직접 전달해주었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매체였다. 텔레비전은 아주 쉽게 사회적 관심을 장악하였으며 여러 면에서 사회에 영향을 끼쳤다. 책을 통해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던 것이 텔레비전을 보는 것으로 바뀌었다. 텔레비전은 선생님이자 연예인, 그리고 중요한 정보 전달자가 되었다.

교육, 지식, 정보, 전통, 문화적 생활 그리고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미디어와 무형문화유산은 공통점이 많다. 따라서 이 양자는 상호 협력적 관계를 필요로 한다. 미디어가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될 때, 아래와 같은 동반상승 효과를 낼 수 있다.

  • 무형문화유산을 이해하는 데에 미디어를 활용한다면, 사람들은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 미디어가 사람들에게 무형문화유산을 교육한다면, 그것은 오락의 한 형태이다.
  • 궁극적으로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할 수 있는 가능한 수단을 찾는다면 전통적 가치를 지킬 수 있다.
  • 미디어가 사람들이 무형문화유산을 제대로 평가하고 이의 보호에 참여하도록 장려한다면, 미디어는 무형문화유산에 친근감을 형성하여 향후 문화갈등을 제거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무형무화유산의 가치를 전승하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과 인간다움을 지키는 것이다.
  • 미디어는 우리가 다음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창출하는 요소로서 무형문화유산이 지니고 있는 잠재성을 깨닫도록 도와준다.

긴밀한 협력관계를 확립하는 데에 있어서 미디어와 무형문화유산이 고심해볼 만한 목표는 연대감, 협력 그리고 소통이다. 무형문화유산과 관련된 4개의 핵심주체, 즉 유네스코, 정부, 시민사회 그리고 공동체는 미디어를 통한 유기적 연대감과 정기적인 소통을 지속하겠다고 동의하고 약속해야만 한다. 따라서 나는 이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각기 다른 전략을 포함한 실제적인 단계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단기적 전략으로 상호소통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단계는 두 가지 하위 목표, 즉 특별제작과 무형문화유산의 프로그래밍 및 디지털 아카이빙이다. 프로젝트의 공동제작과 저작권, 특허와 같은 잠재적 갈등문제에 대한 협상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중요한 목표이며 핵심 주체들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정기적인 무형문화유산 프로그램을 위한 영구 조직을 구성하여 개인, 단체 및 공동체뿐만 아니라 국제적 차원에서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 방송 프로그램은 실제적으로 가능한 한 많이, 널리 보급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안정적 보급과 제작은 장기간의 제작과 무형무화유산의 잠재성 발견에 영향을 미치며 향후 지속가능한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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